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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생각

67세에 죽어가는 엄마한테 화가 난다.

by liogaddu 2024.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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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어린 시절 너무 공부하기가 싫었고 그래서 당시 국민학교 졸업 이후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그렇게 선택한 미용사의 길. 제법 엄마랑 맞았다.

 

20대가 넘어가던 어느 날. 교복을 입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가는 그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나를 탓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오랜시간 우울증을 앓다가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미용사로 취업해 일하기 시작한다. 이후 아빠를 만나 나를 비롯한 세 남매를 낳았다. 결혼 생활은 행복한 시절보다 불행한 날이 많았다. 긴 시간을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67세인 지금 작년 6월 폐렴에 걸린 이후 8개월 동안 내리 아프다. 온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진 상태. 오늘은 괜찮다가도 내일은 온몸이 뻣뻣해 도와줘야 일어날 수 있다. 아픈 게 너무 싫지만 아파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짧게 정리한 엄마의 인생.

한자 한 자 적으면서 안타까워 죽을 것 같다. 그래서 난 엄마한테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다.

아프다고 무력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아픔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속이 터져 환장할 지경이다.

 

그래서 결국 어제 터뜨리고 말았다.

 

"엄마 계속 이렇게 방안에 누워서 아프다 죽겠다 이러고만 살 거야?? 이건 사는 게 아니잖아!!! 옆집 건너 할머니 알지?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먼산보고 복도 돌아다니는 게 다인 하루로 그렇게 늙어갈 거냐고!!! 아플 수 있어!! 노화의 현상이니까! 그런데 아프다 그래서 암 것도 못한다와 아프지만 뭐라도 하겠다. 뭐라도 해서 일어나고 말겠다는 다른 거잖아!!! 왜 가만히만 있냐고. 일어날 의지가 있는 거야?"

 

같은 여자 입장이라 더 속 터지게 느끼는 건가? 이혼 후 아빠는 자기랑 맞는 여자 만나서 나름 잘 살고 있다.

엄마만 저렇게 방구석에서 늙어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

-핸리포드-

 

 

이 생각을 나에게 장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처참하게 깨닫기까지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지를 깨닫기까지.

 

물론 매일이 시행착오다. 어제는 쉬운 줄 알았더니 오늘은 다시 어렵고 짜증 나고 초라하고 지루하다.

그래도 한다. 가슴 한편에 불을 켰다. 나만 보이는 이 불빛을 길잡이 삼아 그렇게 작은 걸음을 내딛는다.

 

엄마 인생이잖아. 67세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사는 건 너무 아깝잖아. 한 번 사는 거야. 두 번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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