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도' 사용 설명서14

'외도' 사용 설명서14 - 시간이 약이다. 나른한 일요일 오전.남편과 침대에 누워 '영화가 좋다'란 티비프로를 보고 있었다.대만의 하이틴 풋풋한 고등학생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영화가 소개되었다.훗남을 짝사랑하는 여주인공.우연히 훗남의 겉옷을 걸치게 되고훗남의 온기를 느끼며 걸친 옷을 킁킁대는 장면이었다. "자갸, 여자는 저럴 때 다른 남자 옷을 입어~ 보이지? 좋아죽는 거!" 두 달 전 출장 중 찍힌 사진 속에는다른 여직원이 남편의 잠바를 입고 일을 하고 있었다.그 사진에 킹을 받고 어떻게 된 거냐 따져 물었지만결국 속 시원한 해명은 못 듣고 나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로 이겨냈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그 사건을 떠올리며 농담하지만그때는 정말 심각했었다.이 두 달을 견뎌내면서 지금은 엄청난 성장을 했다.정서적으로. 아빠의 외도로 고통받으면서 자란 나는.. 2025. 9. 22.
'외도' 사용 설명서 13 - 두렵다. 두려움이 클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더 울부짖고더 상대방에게 겁을 주고더 집착하고더더더 드디어 인정한다.나는 두려웠다.아빠의 평생의 외도로 고통받았던 엄마의 삶을 온몸으로 느끼며내 안에 깊숙이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그때는 힘들었지만지금은 엄마 나름대로 잘 살잖아~괜찮아~라고 늘 위로했지만그 위로가 내 무의식에 자리 잡은 두려움을 없애지 못했다. 워낙 깊은 곳에 자리잡은 탓에평소에는 의식할 수 조차 없었다.그러다 터진 잠바사건.단숨에 내 두려움이 건드려졌다.나는 격렬하게 반응했다.잠잠한 듯 보였으나내 안은 허리케인이 다 휘져어 놓았다.억지로 덤덤한 척했다.그래서 더 괴로웠다.아직도 나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어린 시절 내 눈에 보였던 엄마의 그 힘듦이 내 삶과 겹쳐 보.. 2025. 9. 4.
'외도' 사용 설명서 12 - 복수, 응징 그리고 본질 그렇다. 나는 강렬하게 질투를 느끼고 있다.일을 잘했더니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는 그녀의 팁이 당연히 고마운 일이나..나는 그저 강렬한 질투를 느낀다.그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는 남편의 얼굴을 갈겨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그래서 내 속이 한편으로 편하게 그 면상에 주먹을 갈기면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까? 내가 원하는 결과는 뭐지?지고지순한 남편의 사랑인가?니가 감히 나를 두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냐는 것에 대한 응징인가?그 무엇 하나 시원하지가 않다.결국은 나는 여전히 남편에게 매여있는 꼴이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그저 떠도는 인생이 아니라기꺼이 책임을 지며 자유롭게.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쿨한 척을 하고 있다. 바람을 피우던 아빠로 늘 고통받던 엄마의 삶이 겹쳐지며나는 두려.. 2025. 8. 29.
'외도' 사용 설명서 11. -불륜 그리고 로맨스 다시 불륜 지금 당장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만 가지 이유로 나를 설득한다.그래 이정도의 이유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어!상황이 날 그렇게 몰아갔다는 프레임을 스스로 씌운다.내 나름의 정당한 이유로 죄책감에서 벗어난다.그렇게 불륜은 로맨스가 된다.이 강렬한 로맨스는 3년을 넘기지 못한다.다른 상대와 처음부터 시작하던가.잊고 있던 진짜 소중한 것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던가. 2025.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