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클수록 더 크게 반응한다.
더 울부짖고
더 상대방에게 겁을 주고
더 집착하고
더더더
드디어 인정한다.
나는 두려웠다.
아빠의 평생의 외도로 고통받았던 엄마의 삶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 안에 깊숙이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엄마 나름대로 잘 살잖아~
괜찮아~라고 늘 위로했지만
그 위로가 내 무의식에 자리 잡은 두려움을 없애지 못했다.
워낙 깊은 곳에 자리잡은 탓에
평소에는 의식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러다 터진 잠바사건.
단숨에 내 두려움이 건드려졌다.
나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잠잠한 듯 보였으나
내 안은 허리케인이 다 휘져어 놓았다.
억지로 덤덤한 척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아직도 나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내 눈에 보였던 엄마의 그 힘듦이 내 삶과 겹쳐 보였다.
발악했다. 아냐. 난 달라. 난 엄마처럼 안 살아!!
그래서 센 척을 했다.
내 두려움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한번 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우린 이혼이야!
내가 던진 강속구에 남편이 쫄길 바랬다.
그러나
이 모든 센 척은 나를 구원하지 못했다.
그래서 방향을 돌렸다.
내 두려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같이 나이 들어가며 깨가 쏟아지는 부부를 기준으로 잡으면
엄마의 삶이 후져 보인다.
그 얼토당토않은 내 기준이 내 엄마의 삶을 후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딸인 내 삶도 덩달아 후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기준으로 나를 두려움에 가둬두고 있었다.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떠는 내가
내 딸은 다르게 키울 수 있을까?
없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 경험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비슷한 사건으로 두려움을 느낀다면
내가 해야 할 건 '행동'이다.
이미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내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두려우니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한다.
두려우니 나는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는다.
두려우니 나는 아이들과 눈 맞추며 더 활짝 웃는다.
두려우니 나는 내가 구상한 일을 더 행동한다.
두려움을 내 행동의 동기로 쓰기로 결정했다.
상처받은 어린 아이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어른으로 자라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이 감정을 이용하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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