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명은 폐렴.
코로나를 혹독하게 겪은 이후 회복이 더디다가 후유증으로 폐렴이 왔다.
숨을 못쉬어 헐 떡 헐 떡 숨넘어가는 모습으로 쭈그려 앉아 있는 엄마를 보고 둘째를 허리에 매고 그대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엄마가 이렇게 늙었었나?
아픔에 지쳐 모든 기운을 잃고 벽에 기대어 있는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주간 입원을 했다.
항생제 대량 투여 이후
엄마는 나아지기 시작했다.
퇴원 후 좀처럼 원래 체력을 회복하진 못했다.
원래 건강 체질이었던 엄마의 모습을 당연하게 여긴 탓인지
나약해져 있는 엄마의 모습이 어색했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고
1월의 마지막을 향해 가지만
엄마는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기침이 심해서 밤에 잠을 못 이루었고
그래서 쇠약해진 육체를 가누질 못한다.
밥도 겨우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다시 자리로 가서 눕는다.
그리고 계속 기침한다.
문제는 엄마의 아픈 모습을 바라보는 딸로서 이 내 심정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
불현듯 짜증이 치민다...
불연듯 화가 치민다...
왜 저렇게 회복을 못하지?
왜 저렇게 죽을 것처럼 누워만 있지?
왜 대체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왜 일어나려는 노력을 안하는 거냐고!!
난 애들도 키워야 대고 일도 해야 되고 할게 많은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자꾸 신경 쓰이게 아프냐고!!!
보관이사로 2달 정도를 엄마집에 머무르면서
내내 아픈 엄마를 보는 내 심정이 처참하다.
짜증이 치미는 동시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여동생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여동생은 이해한다며 자기 집에 머무를 때도 아플 땐 그런 모습이었다며
왜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하던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그래도 내가 느끼는 답답함을 인정받은 기분으로 조금은 나아졌다.
엄마 이제 겨우 67살이야. 이렇게 80넘은 노인네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헥헥만 대면 어떡해!
아파죽겠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로 끝내지 말고 그래도 일어나야지 그래도 하나라도 더 해봐야지라고 하는 순간으로 그 순간을 쌓여서 다시 건강해지는 거잖아!
엄마가 진짜 아무것도 못하겠다 포기하면 그렇게 아프다 죽는 거고 그게 아니라 아프지만 일어나야지 아프지만 딱 하나 운동해 봐야지 아프지만 먹어야지요 바뀌면 그게 사는 길이야!!!!!!
엄마 인생이잖아. 이렇게 아프다 아프다고 그렇게만 있을 거냐고!!
라고 다시 소리 높여 말했다.
엄마를 보며 느끼는 답답함이 오래된 탓에 좋은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대하진 못했다.
친절해 지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오늘은 병원 예약 날이라
엄마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근처 커피숍에서 글을 쓴다.
문득 깨달아진다.
내가 아픈 엄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데려다줄 수 있는 일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운전 배우길 잘했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다시 내 일에 집중하자. 내가 짜증 낸다고 내가 화낸다고 엄마가 나아지는 건 아니잖아. 오히려 짜증으로 덮인 동안 내가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 와중에 커가는 우리 아이들.. 표정.. 대화.. 모두 다 놓치고 있잖아..
차라리 일에 더 집중해서 돈을 더 벌어서 엄마를 도와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겠다. 옆에선 간병은 못해도..
이제 더 이상 건강한 모습이 엄마의 디폴트 값이 아니다. 내가 그 모습을 놓아주지 못해 더 화가 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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