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만 아빠를 만난다.
시댁 간 김에.
어린 시절 부모 갈등.
아빠는 넘치는 젊은 에너지를 많은 여인들에게 분출하며 자아 찾기 바쁜 나머지 우리 세 남매는 그대로 방치.
혈액형 돌연변이인 나를 구실로 본인 바람 정당화.
니 아빠는 따로 있다 주장하다 유전자 검식 후 급 사라진 멘트.
사랑하던 아빠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후 시작된 나의 애정결핍.
2-30대를 아빠에게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낮은 자존감 등등의 가족 이슈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방황하며 보내다
난 이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그러면서 나를 찾기 위한 긴 시간을 보내고
진짜 집중할 한 가지를 찾았다.
내 목표와 내가 지킬 두 아이와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자 첫사랑인 남편.
명절에 아빠를 만나면 짠~~ 하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을 사랑하지만 정작 자신을 모른다.
여전히 주변에 휘둘리며 주변의 인정을 갈구하면서 깊은 외로움에 사로잡힌다.
자기를 모르니 외로움의 근원을 모르고 인생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여자들로 채워지기엔 부족했을 터.
그래서 아빠한테 진지하게 말했다.
“아빠! 지금 옆에 있는 아줌마가 내 마지막 여자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 아빠가 지금 70살이니까 방황 끝내고 정착할 때 됐잖아.
나도 결혼해서 애 낳고 살지만 살면서 싸워도 내가 끝가지 지킬 관계라고 생각하면 금방 화해하고 또 웃으면서 살게 돼.
죽기 전까지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사랑하는 거는 한번 해봐야지.”
딸로서가 아니라 아빠를 아는 주변인으로써 안타까움에 한마디 던졌다.
“그래. 나도 다른 여자를 만날 생각은 없고 내 노후를 의탁해서 잘 살아가야지~”
“아빠! 의탁 말고! 내가 선택해서 내 의지로 그 사람을 위해 사는 거라고. 나 편하려고 어쩔 수 없이 사는 게 아니라”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해줘 고맙다”
시간이 지나고 드는 생각은
아 내가 진짜 뿌리 깊었던 아빠로 인해 생겼던 애정결핍이 사라졌구나..
그저 한 사람으로서 아빠가 정착해서 잘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는구나..
내가 많이 컸구나..
부모는 아이들의 우주다.
우주가 깨지면 여러모로 슬프고 아프고 힘들고 방황하고 낭비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내 우주를 단단하게 세울 기회도 된다.
내가 산 증인이다.
'더 나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말이 씨알도 안먹히는 1가지 이유. (0) | 2024.03.12 |
---|---|
오늘 유난히 기분이 상한다면? (2) | 2024.02.23 |
67세에 죽어가는 엄마한테 화가 난다. (0) | 2024.02.07 |
폐렴 2번 걸린 엄마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0) | 2024.01.25 |
듣지 않는 사람과 소통하는 법. (2) | 2024.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