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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생각

평생 남을 원망하며 70살이 된 남자의 이야기(feat.아빠)

by liogaddu 2024.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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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만났다.

동생과 나 그리고 아빠

날씨, 음식, 아이들의 조금은 겉도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빠는 항상 대화의 레퍼토리가 있다.

겉도는 이야기, 같이 사는 아줌마와 어떻게 살게 되었는지, 아줌마와의 사이에서 본인의 상황,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엄마 욕.

젊은 시절 본인의 인생이 왜 꼬였는지 늘 엄마 원망을 하며 끝을 맺는다.

 

이 레파토리를 듣고 있자니 

내 감정이 불편해서 아빠와 거리를 두다가

오랜만에 만나 역시나 같은 패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내 감정은 사뭇 과거와 다르다.

조금은 객관화가 된다.

거리를 두고 아빠를 바라본다.

왜 그는 여전히 남 탓을 하며 과거를 원망하는지.

200억 자산가인 같이 사는 아주머니 앞에선 왜 주눅이 드는지.

본인의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가는지.

 

아이 둘을 키우며 결혼생활을 하는 나도 이젠 안다.
부부사이의 문제는 자식은 알 수 없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

아빠 입장에서 엄마는 최악이고, 엄마 입장에서 아빠는 최악이지만

아빠가 밖으로 도는 사이 집에서 우리 셋을 키운 건 엄마다.

나보다 어린 시절의 엄마 역시도 부족한 인간이기에 저지른 수많은 실수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셋을 버리지 않고 키워주셨다는 것 자체로 나에겐 대단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아빠는 이 포인트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예전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아빠의 한계란 걸 안다.

그래서 덤덤하게 바라본다.

 

아빠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사랑을 우리 셋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이 역시 아빠의 한계란 걸 안다.

그래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내 한계지점을 점검하고 확장해야겠다 다짐한다.

 

덤덤하게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만나고 나도 아무 영향없이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20대를 다 보냈다.

그래서 지금은 매 순간이 너무나 귀하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사는게 아니라

내 의지로 아주 적은 걸음으로 내가 정한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부모와의 갈등, 상처가 봉합되지 않은 채 

평생을 그 부분에만 매몰된 채

그렇게 삶은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기억하자.

우리가 상처를 받은 것은 팩트다.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한번 사는 인생을 그 상처를 증명하며 인생을 낭비할 것인가

그 증명은 내 부모가 최악이다 일뿐이다.

다시 내가 나를 재정비하고,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내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 모든 것은 내 고유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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