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야 엄마 이만 원만 줄 수 있어?
이 말을 하는 엄마를 보고
내 가슴이 찌르르하다..
엄마는 경제관념이 없었다.
한창 젊던 시절엔 치장하는 걸 좋아했고
할아버지가 원하면 언제든지 용돈을 두둑이 주셨다고 한다.
결혼 이후 경찰 아빠 월급에 근근이 생활하다
둘 사이가 급격히 나빠져 아빠가 밖으로 돌기 시작하자
엄마는 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었다.
아빠가 집을 나가고 생활비를 끊자
엄마는 식당에 나가 일을 시작했다.
매일 버는 하루 일당 4-5만원을
그 당일에 식비와 생활비로 다 썼다. 물론 우리 셋을 먹여 살리는 돈이었다.
우리 셋은 각자 독립했고
엄마는 둘째 동생 아이들 육아를 도와주며 육아비용을 벌었다. 십 년 정도
이젠 아이들이 많이 커서 육아를 졸업할 때가 되었다.
이후 엄마는 우리 셋이 주는 용돈으로 한 달 한 달을 생활한다.
엄마가 처량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만 원을 달라고 했을 때
난 내가 순간 비참함을 느꼈던 것 같다.
내 앞가림하는 것도 벅차하는 지금
엄마의 작은 요청이 내 현실은 이래라고 끌어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이 거지 같은 기분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왜 엄마는 내 친구 엄마들처럼 재테크를 안 한 거야?
왜 엄마 노후는 신경 안 쓰고 그렇게 산 거야?
왜 돈을 모으지 않은 거야?
내가 작아서 그런 모진 원망 섞인 말들만 쏟아내고 살았었다.
엄마는 힘든 상황에도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우리를 키워냈다.
그 받은 사랑으로 난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준다.
이 것만이 진실이다!
내가 커지면 이 모든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엄마한테 오만 원을 건넸다.
엄마! 내가 반드시 커질게.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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