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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생각

내가 싫어진다면 읽지 마세요.

by liogaddu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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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그림자가 있다.

유년시절, 20대, 30대까지도 그림자를 숨기기에 바빴다.

들키고 싶지 않았다.

들키지 않기 위해 온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러니 그림자에 관련된 모든 말과 행동과 시선에 초 예민했다.

숨겨졌을까?

 

지금 알게 된 것은

숨기고 싶은 내용 자체보다 숨기려고 하는 모든 상태들을 들켰다.

남들에겐 평소엔 평온하다 특정 주제에만 예민하게 구는 사람으로 비칠 뿐이었다.

 

내 그림자가 나에게 치명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들키면 내가 없어질 거 같아 두려웠다.

숨기려고 동원하는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들의 투입대비 얻게 된 것은

두려움뿐이었다.

 

많은 시간들이 흘렀다.

그 당시에는 너무 커서 전부인 줄 알았던 많은 사건들이

지금은 별거 아닌 걸로 드러났다.

또 다른 지금의 사건들이 내 그림자인 양 벌어지고 있다.

난 또 숨겨야 하나?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했다.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부족한 점 많고 

문제도 많고

모난 부분도 많고

서툰 것 투성이인 나를

'부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 모든 내 그림자들이 나인 것은 맞지만

내 전부 인 것은 아니다.

 

부분과 전체를 구별하기로 했다.

 

내 그림자는 여전히 나와 공존하지만

지금은 딱히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무심코 건드리는 시선에

더 이상 쫄고 버럭하고 예민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조금은 나에게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진다.

 

내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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