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요즘 박나래를 둘러싼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사실관계, 법적 책임, 옳고 그름에 대한 말은 이미 충분히 많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이 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비난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약자처럼 살아온 사람은
자신이 강자가 된 순간을 모른다
박나래는 오랫동안 ‘약자’의 자리에 있었다.
외모, 연애, 사회적 위치를 스스로 낮추며 웃음을 만들었다.
그건 전략이었고, 생존 방식이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성공했지만,
자기 인식은 성공 이전에 머물러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은 여전히 스스로를
- 밀려날 수 있는 사람
- 언제든 불안한 사람
- 조심해야 살아남는 사람
이라고 느끼는데,
현실에서는 이미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서 있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사람은 이상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부탁이었을 뿐”이라는 말의 위험함
권력을 가진 사람의 부탁은
대개 부탁이 아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본인은 그걸 모른다.
특히 스스로를 약자라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그냥 부탁했을 뿐인데”
“싫으면 말하지 그랬어”
“이 정도도 안 되나?”
이 말들에는 악의가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상대가 왜 말하지 못했는지,
왜 참고 있었는지는
그 시점에선 보이지 않는다.
친해지면 경계가 사라진다고 믿는 사람들
이번 논란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사적 심부름’, ‘경계 없음’, ‘가족처럼 지냈다’.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친밀함 = 경계가 없어도 되는 관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친밀할수록 경계는 더 분명해야 한다.
경계가 없는 관계에서
약한 쪽은 항상 참고, 강한 쪽은 점점 모르게 된다.
사람이 제일 위험해지는 순간
사람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화를 낼 때가 아니라,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고 확신할 때다.
나는 힘든 사람이고
나는 여기까지 버텨왔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고
이 자기 서사는
어느 순간부터 면죄부가 된다.
그때부터는
상대가 불편해도
상대가 아파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로 모든 게 덮인다.
무면허 의료 논란이 보여준 것
이 문제는 단순히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없어서”
“아는 사람이니까”
“나한테는 괜찮겠지”
이 말들은
성과와 일정에 자신을 갈아 넣어온 사람들이
자기 몸을 대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자신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도 쉽게 넘는다.
그래서 이 사건이 불편한 이유
이 이야기가 불편한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도 같은 지점에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도 힘든 사람이라고 믿고 있지만
- 누군가에게는 이미 부담이 되는 위치일 수 있고
- 나는 요청했다고 생각했지만
- 누군가는 거절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은
“연예인은 왜 그랬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은 언제 자기 힘을 인식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아직 법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것이다.
성공은 자동으로 성숙을 데려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을 약자라고 믿는 강자는
가장 위험한 형태의 강자일 수 있다.
이 글이
누군가를 판단하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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