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동생이 왔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출장을 다녀온 남편의 출장썰을 듣고
출장 속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찰나!
남편의 잠바를 입고 일을 하는 다른 여자직원을 보았다.
그 순간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나는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는 상기되고 공기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 왜 자기 옷을 다른 여자가 입고 있어?"
" 보통은 절대 아무리 추워도 다른 남자옷을 안 입는데?
얼어 죽을 것 같지 않은 이상은 절대 안 입어!
옷을 준 게 아니라 그녀가 아무거나 골라 입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 모양인데
여자는 이 옷이 누구 건지 다 알아!
진짜 또라이가 아닌 이상은 회사 남자 사람의 옷을 아무거나 주워 입지 않는다고!!!
평소에 친하니까 충분히 친하니까 말하지 않고도 옷을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나는 화가 많이 났다.
위에 처럼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하필이면 동생네가 와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자리를 파하고 설거지를 하는 와중에도 남편의 변명이 섞인 설명을 들었다.
난 정말 혼자 있고 싶었다.
그가 하는 구구절절한 설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방을 옮겨서도 설명을 들었다.
자꾸만 반문을 하게 만드는 그의 설명으로는 나의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왜 옷을 입는데? 왜왜왜왜!!!
나는 왜 화가 나는 것인가.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가져야 할 관점은 무엇인가.
다시 가슴이 차가워지고 머릿속을 비우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남편의 말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 이미 본 사진을 되돌릴 순 없는 것 잘 알아. 그래서 기분이 나쁜 것도 지금 당장 사라지진 않아.
그래도 이 기분은 내가 잘 정리할게. 의도를 했던 안 했던 나에게 실수한 건 자기 잘못이 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또 하진 마."
왜 다른 여자가 남편옷을 입을 수 있는지에 주목하는 건 더 이상 안 하기로 했다.
그래봤자 내 기분만 끝도 없이 더러워지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행복하려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생각해야 할지에 주목했다.
어렵지만 그래도 그래야 했다.
감정에만 빠져서 허우적대며 내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아야 했다.
그렇게 지금을 살기로 결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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