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미운오리새끼'라는 TV프로그램.
김승수는 양정아에게 드디어 고백할 결심을 하고 그녀와 식사를 한다.
그가 고백을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식사를 하며, 순간순간 목이 타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내 연애시절도 떠오르며 굉장히 설레였다.
어렵게 고백을 했고, 고백을 들은 그녀는 당황하며 생각이 많은 모습을 보였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 차 안에서 그녀는 결국 고백을 거절한다.
그녀의 고백 사유는 이러했다.
그녀는 이혼의 경험도 있고, 그는 결혼을 해서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리며 잘 살 수 있는데
그녀는 그런 경험을 해 줄 수 없다는 것.
그는 시기상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할 것인데 아이를 낳아줄 수 없는 그녀와는 결국 헤어지게 될 것이고
좋은 친구마저 잃게 되니 그건 더더욱 싫다는 것.
지금 감정에 휩싸여 잠깐 만나기보다 평생 친구로 남기를 선택하겠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패널들은 그녀의 깊은 생각을 칭찬하며 위로했다.
그러나
나는 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이혼의 경험이 있다는 것이 관계에서 대등하지 못할 이유가 된다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문화가 드러나는 한 양상일지도 모른다.
결혼은 내가 정한 사람과 인생을 함께 살아가겠다는 공표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맞춰서 배려하면서 살다가
이혼은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난 것 뿐이다.
이혼은 내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혼이 흠이 아니란 말만 할 뿐
여전히 문제로 보는 이중성이란..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 아이를 낳아줄 수 없다는 것을 문제로 보는 인식의 지점은 정말 불편하다.
그와 그녀의 나이가 50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거절의 사유에 이 이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꼭 직접 임신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예쁜 가정을 꾸리는 바램에 직접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한계를 두었다.
정말 그녀가 그를 마음에 두고 시작할 마음이 있었다면 위의 두가지 사유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녀가 고백을 거절한 진짜 이유는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위의 두가지 사유가 거절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오랜만에 프로그램을 보며 설레였기 때문인지
보고나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
관계의 시작을 좀 더 가볍게 생각했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안되가 아니라
그건 결혼을 하고 이후의 문제이고
연애를, 사랑을 좀더 풍성하게 한 뒤에 결혼을 결정하고
50살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물학적 한계를 관계의 한정으로 연관짓지 말고
합의하에 아이를 원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어땠을까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인식 수준이 여전히 80년대에 머무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두 사람 모두가 남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게 되는 사랑말고
그럼에도 사랑의 결실로 이어지는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고백에 대한 거절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절의 이유가 저런 사유들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로 담백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남들이 설정한 한계들로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건
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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