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아들은 집에 있는 온갖 걸로 쌓아서 '기지'를 만든다.
이불, 의자, 기저귀... 등 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아니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는 과자 부스러기, 머리카락을 바닥에 흘리는 걸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늘 주의해야 했다.
흘렸다간 벼락같은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 어릴 적 친구가 말하길
내 방에 과자 부스러기 조금 흘렸을 때는 격렬하게 지랄하고
자기 방에서는 그냥 흘리는 수준이 아니라 방바닥에 버렸다고 한다.
편안하게 웃으면서.
그 당시 난 실제로 친구방에서 무언가를 흘리는 데에 해방감을 느꼈다.
그렇게 자란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습관이 형성되어 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준비를 하는 사이
전기장판을 끌고 나와 배 타고 나간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보자마자 소리쳤다.
얼른 정리해!!
아이를 보내고 뛰면서 든 생각이다.
이런 상황을 계속 문제 삼는 게 내 감정을, 에너지를, 아이의 감정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자라서 그런 패턴의 행동과 감정이 일어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불편해서 아이의 놀이를 막는 건 좀 아니잖아..
전기장판 좀 거실에 끌고 나오면 어때서..
다른 물건 좀 쌓아서 기지 만드는 게 어때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만드는 그 행위를 지적할 게 아니라
마음껏 하게 놔두고 차라리 정리를 반드시 하는 습관을 들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 아이는 신나게 놀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나는 내 생각의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내가 친구방에서 흘리고 버리는 것에 해방감을 느꼈던 것은
내방에서조차 지나치게 통제당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이것 좀 흘리면 어때서..
왜 이렇게까지 혼나야 하는 거야!
여자니까 머리카락 흘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엄마한테 혼날 때마다 든 생각이다.
내가 아들에게 하는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아들도 내 어릴 적처럼 엄마에 대한 저항감과 반항심이 강하게 들거라는
분명한 생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격렬하게 싫어하는 것은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는 것
침대에서 과자 흘리고 먹는 것
바닥에 부스러기 흘려지는 것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것 등등이다.
써놓고 보니 참 사소하고 별거 아닌데..
이 별거 아닌 걸로 나는 통제당하고 있던 것이다....
와.. 겨우 이런 걸로?
하나씩 통제에서 벗어나자.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것부터 벗어나자.
어쩌면 아들의 기지 만들기가
나를 둘러싼 통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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