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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중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

진짜 싫어하는 것은 나를 '통제'하는 것이다.

by liogaddu 2024.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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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아들은 집에 있는 온갖 걸로 쌓아서 '기지'를 만든다.

이불, 의자, 기저귀... 등 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

그걸 지켜보는 나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아니 신경이 곤두서는 기분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는 과자 부스러기, 머리카락을 바닥에 흘리는 걸 정말 싫어했다.

그래서 늘 주의해야 했다.

흘렸다간 벼락같은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 어릴 적 친구가 말하길

내 방에 과자 부스러기 조금 흘렸을 때는 격렬하게 지랄하고

자기 방에서는 그냥 흘리는 수준이 아니라 방바닥에 버렸다고 한다.

편안하게 웃으면서.

그 당시 난 실제로 친구방에서 무언가를 흘리는 데에 해방감을 느꼈다.

 

그렇게 자란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습관이 형성되어 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준비를 하는 사이

전기장판을 끌고 나와 배 타고 나간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보자마자 소리쳤다.

얼른 정리해!!

 

아이를 보내고 뛰면서 든 생각이다.

이런 상황을 계속 문제 삼는 게 내 감정을, 에너지를, 아이의 감정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자라서 그런 패턴의 행동과 감정이 일어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불편해서 아이의 놀이를 막는 건 좀 아니잖아..

전기장판 좀 거실에 끌고 나오면 어때서..

다른 물건 좀 쌓아서 기지 만드는 게 어때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만드는 그 행위를 지적할 게 아니라

마음껏 하게 놔두고 차라리 정리를 반드시 하는 습관을 들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 아이는 신나게 놀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나는 내 생각의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내가 친구방에서 흘리고 버리는 것에 해방감을 느꼈던 것은

내방에서조차 지나치게 통제당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이것 좀 흘리면 어때서..

왜 이렇게까지 혼나야 하는 거야!

여자니까 머리카락 흘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엄마한테 혼날 때마다 든 생각이다.

 

 

내가 아들에게 하는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아들도 내 어릴 적처럼 엄마에 대한 저항감과 반항심이 강하게 들거라는

분명한 생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격렬하게 싫어하는 것은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는 것

침대에서 과자 흘리고 먹는 것

바닥에 부스러기 흘려지는 것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것 등등이다.

 

 

 

써놓고 보니 참 사소하고 별거 아닌데..

이 별거 아닌 걸로 나는 통제당하고 있던 것이다....

와.. 겨우 이런 걸로?

 

하나씩 통제에서 벗어나자.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것부터 벗어나자.

 

어쩌면 아들의 기지 만들기가

나를 둘러싼 통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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