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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중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

친구로 다시 만난 내 동생.

by liogaddu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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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범생 언니와 모범생 아닌 동생

 

나에겐 한 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이 있다. 내 기억에 학창 시절 난 모범생이었고, 그녀는 아니었다. 모범생인 나는 주위 어른들의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창 바나나핀이 유행하던 당시 그녀는 머리에 바나나핀을 꼽고 다녔다. 머리카락을 모두 모아 머리에 꽂으면 머리카락이 닭벼슬처럼 세워진다. 모범생인 내 눈엔 심각한 일탈로 보였고, 엄마에게 고자질해 기어이 여동생의 바나나핀을 부러뜨려 다신 못하고 다니게 만들었다. 모범생인 나는 주위에서 물려받은 교복을 펑퍼짐하게 입고 다녔고, 그녀는 교복치마를 접어 길이를 줄이고, 타이트하게 입고 다녔다. 그 꼴을 못 견디고 난 엄마에게 고자질해 기어이 세탁소에 가서 수선을 맡겨 다시 길게 원상 복귀된 교복치마를 동생에게 건넸다. 일탈을 하는 동생이 걱정되서라기보다 모범생인 내 기준에 맞아야 안심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나랑 친하게 지내는 그녀에게 무한 감사함을 느낀다.

 

어떻게 그 재수없음을 견뎠을까...?

 

 

2. 그녀는 일찍 결혼했다.

 

여동생과 나는 늘 함께였다. 정서적인 교류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당연하게 함께였다.

 

그런 그녀가 27살에 결혼을 했고, 집을 떠났다.

결혼식 전날. 마지막 그날 밤이 생각난다.

왠지 모를 외로움. 두려움. 슬픔.

늘 내 옆에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아닌 상태.

 

 

3. 바쁘게 지나간 각자의 시간.

 

우린 각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사회에 먼저 나가고, 결혼을 먼저 한 그녀는 나보다 더 삶에 대해 선배였다.

물론 그 당시엔 언니란 자존심을 괜히 엮어놔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4. 다시 만난 우리 둘. 진짜 친구가 됐다.

 

우린 각자의 시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침 운동에 대한 기록을 공유하고

같이 마라톤을 뛰고

읽은 책에 대한 인싸이트를 나누는 시간을 공식화하고

핫한 플레이스를 함께 다닌다.

 

마음이 통하는 동생이 있음에 이젠 너무 감사하다.

그녀는 참 잘 컸다.

내 동생이지만.

 

내 친구로 돌아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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