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내 인생 전반에 끼친 영향
난 엄마를 닮았다. 많이 닮았다. 엄마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 버전일까? 그래서 이뻤다. 누가 봐도.
아빠는 엄마를 싫어했다. 그래서 더 나를 미워했나? 아빠는 자주 엄마를 닮은 나를 모든 것이 틀린 냥 지적했다.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도.
아빠 사랑을 더 받고 싶었던 난 엄마를 닮은 내가 싫었다가 주위에서 이쁘단 칭찬을 들을 때는 좋았다가 그저 주위의 잡음에 흔들렸다.
내가 미웠다.
한참 재수하던 시절. 성적은 안 나오고 공부는 하기 싫고 그런데 세상은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을 가야 성공이다라고만 외치고. 딱히 그 패러다임을 부정하지 못하고 맞나 보다~~ 하고 생각이 굳어지니 더 내가 처한 현실은 괴로워지고.. 악순환이 계속되던 때.
점심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아. 여기서 떨어지면 지금 힘든 거 다 없어질 텐데.. 홧김에 몸을 슬그머니 앞으로 기울이던 때에 전화벨이 울렸다.
내 핸드폰 뒷 커버에는 거울이 부착되어 있었고 그 거울로 비치는 나를 봤다.
죽기에는 너무 아깝게 이쁘잖아!
내 얼굴이 나를 살렸다.
첫째 아들 리오는 나를 닮았다.
잘생겼다. 어딜 가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뿌듯하다. 역시 내 아들!
난 지금도 외모가 중요할까?
거울을 본다. 마흔이 되었고, 당연히 얼굴도 마흔이 되었다.
눈이 커 보이는 방법, 코가 높아 보이는 방법, 생얼처럼 보이는 방법, 빛이 나게 보이는 방법 등등 나를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난 이제 드디어!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자식 키우느라 바빠서 등의 외부적인 핑계 때문이 아니라
더 빛나는 '나'로 살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오히려 외모에서 멀어지게 된 아이러니.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을 본다.
눈빛이 살아있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난 정말 오랜 시간 방황했다.
'내'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흔들리느라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려 진 것도 몰랐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마주한 '나'
처음엔 당황했다가 너무 기준에 못 미치게 보이는 데에 실망했다가 부정했다.
그러다 자꾸 들여다보기를 연습했다.
내가 나를 아껴주고 싶어졌다.
지금은 '나'와 함께 살아간다.
'나'를 챙기며, '내'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느끼며 살아간다.
난 '나'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내 외모가 절정이던 시기보다
외모가 전부이던 시절보다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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