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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생각

아빠에게 상처 받은 딸들은 봐야 할 글

by liogaddu 202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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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둘째 딸은 이제 나이 두 살.

4살 많은 오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오빠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 따라 하고 무엇이든 갖고 싶다.

 

딸은 딸인 건지 애교도 흘러넘친다.

곰 세 마리 노래에 맞춰 팔을 휘적이고 몸을 흔들며

늘 보란 듯이 반응을 유도한다.

 

그런 딸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편이 있다.

유독 자신을 닮은 외모에 신기해하며

최고로 반응하고 호응한다.

 

그런 둘의 관계를 

때로는 흐뭇하게

때로는 부럽게 바라본다.

 

나는 받지 못했던 아빠에게 받는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어렴풋이 느껴본다.

아빠와의 상호작용이 딸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기에

이런 아빠를 두어 정말 다행이다 싶다.

 

어릴 적 유난히 기억나는 스토리가 있다.

초4 때였던 것 같다.

엄마를 대신해 아빠 점심 식사에 계란찜을 준비했었다.

이렇게 하라고 말로만 여러 번 들었을 뿐 실제로 해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난 정말 엄마에게 배운 대로 정성을 다해 아빠를 위한 식사를 준비했었다.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한술 뜬 아빠의 반응을 내심 기대했었다.

 

 

야! 왜 이렇게 짜!

 

무안하고 멋쩍은 감정을 느꼈었다...

그 감정의 마지막엔 슬펐다.

 

자신의 인생이 먼저인 사람인 아빠.

우유부단한 탓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에서 제일 약한 우리 남매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난 그렇게 아빠의 인정을 받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었다.

 

긴 시간을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딸로서 보냈다.

 

또 긴 시간이 흘렀고

딸이 생기고 딸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이렇게 툭 과거의 일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한다.

어린 딸과 남편의 상호작용을 보면서도 위로가 된다.

 

상처를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꺼내어 현재에 꺼내본다.

상처를 상처로만 남겨두면 뜻하지 않은 순간에 나를 파괴할 수 있음을 알기에

수시로 꺼내보고 다독이고 위로한다.

이렇게도 내가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때론 감사하다.

그러니 살고 볼 일이다.

제대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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