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한. 강.
이 엄청난 업적이
비상계엄령 후폭풍으로 묻혀 버렸다.
안타깝다.. 진심으로.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삽니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됩니다."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는 한국인이고, 여자이고, 엄마이고, 딸이고 , 며느리이고, 학부모이고, 아내이다.
이것이 나인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해야 하는 수많은 역할들을 잘 해낼 때 비로소 존재감이 느껴졌었다.
더 잘해야지. 더 해야지. 더더더..
역할에 비중을 둔 나를 찾기 게임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 역할을 잘하면 더 나은 내가 되는 건가?
잘하고 못하고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 기준인가?
그걸로 충분한가?
결국 그 어느 하나의 역할에도 만족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 역할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할 건데?
명확한 답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풀었던 시험 문제들은 5지 선다중에 정답을 원하지만
인생은 절대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불안하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하지만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강렬하게.
남들이 정해 논 정답 속에 들어가 안전하다고 착각하며 사는 건
지금 헤매며 불안한 것보다 1000000000배는 싫다.
한강.
노벨 문학상이라는 엄청난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소설을 써 내려가는 그 인생의 서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처절하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그렇다고 무겁지만은 않게
온 힘을 다해 그렇게 글을 써내려 간다.
세상이 '한강'을 알아본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가 '한강'의 글을 동시대에 읽을 수 있고, 느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온몸으로 부딪히며
열정을 다하며
괴롭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고 농염해진다.
그렇게 나이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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