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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중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

너무 착한게 탈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을 위한 글.

by liogaddu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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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한 것도 내 장점이 된다고 생각해~."

 

이혼 후 7개월 만에 재혼을 결심한 사촌동생을 만났다.

지금 만나는 남자 말고도 이전 남자와 섣불리 결혼 이야기를 오갔기에

현재 그녀의 결정에 대한 주위 가족들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고 비판적이다.

 

사촌 동생 수은이의 시선은 이렇다.

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왔어.

그럼에도 이런 이혼의 결과를 받은 것은 전남편이 무능했기 때문이야.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나한테만 자꾸 뭐라고 하는 거야.

나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다하면서 살고 싶어. 이전엔 누리지 못했으니까..

지금 만나는 남자는 정말 배울 점도 많고 멋져.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그를 주위 사람들에게 제대로 소개할 수 없는 점이 너무 아쉬워.

그래서 직접 만나보면 그의 훌륭한 점을 바로 알 수 있어.

나는 그로 인해 진짜 행복해질 수 있어.

그의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

엄마 아빠에게도 그와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

 

오랜만에 수은이를 본 나의 시선은 이렇다.

전 남편을 만날 때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안타깝다...

너는 매번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랑을 한다고 느끼지만

너는 매번 똑같다...

 

 

수은이는 응석받이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 하고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도 일도..

문제는 본인은 착해서 참고만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있었다.

 

듣다 듣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수은아. 넌 네가 착하다고 생각하고 착한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데..

넌 착해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다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네가 결정을 내릴 때는 너 하고 싶은 대로만 해.

그래놓고 그 결정을 내린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해.

넌 착한 게 아니라

니 안에는 진짜 니 멋대로인 네가 있고, 그 멋대로인 너한테 휘둘려 살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그 결과가 좋을리 없으니 수치스러워만 할 뿐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아.

그저 나는 희생양이고, 참았고,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인이라고 여기지.

차라리 하고 싶은 대로 결정했으면 그런 너를 적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대.

그런 너를 수치스러워할 게 아니라 

아 내가 그랬구나!! 인정을 해야 그다음 스텝의 방향이라도 보여.

너는 너를 제대로 봐주지 않아.

남들 시선을 투영한 채 자신을 바라보면서 이것밖에 안되냐고 자책하는데

자책의 깊이가 너무 깊어져서 우울해지면 동시에 남 탓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이건 절대 네가 반성도, 성장도 할 수 없는 패턴일 뿐이야.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하는 그 고집스러운 너를 인정해!

그 고집을 내가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

별로라고 느껴져도 고집쟁이인 나를 받아들여!

 

이 부분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너의 재혼도 순탄하지 않을 수 있어.

내가 늘 별로인데 누가 나를 계속 사랑해 줄 수 있겠어?

결국엔 그런 나를 부담스러워하고

그러다 떠나게 돼.

그렇게 또 혼자가 되면 위의 패턴을 반복하며 지금보다 나이 들어 늙어만 가고 있겠지..

 

수은이는 눈물을 흘렸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다며..

정말 고맙다며..

 

어릴 적에 시골 할머니집에 가면 수은이와 함께 논밭을 뛰어다녔다.

나보다 8살이 어린 수은이를 놀리다 달래다 놀리다를 반복하며 데리고 놀았다.

그 시절 좀 더 언니로서 아껴주지 못한 마음의 빚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남의 말로 내가 바뀌기는 정말 어렵다.

기분 나쁜 게 먼저라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만의 해석체계를 발동한다.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해석이 이루어져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하루가 지난 지금 내가 괜히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둘 다 성인이 되었고, 자주 만나지도 못하니 그 모든 사정을 알 수 없는데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떠든 건 아닌지 깊이 반성한다.

 

수은이가 진짜 행복을 찾길 바란다.

 

나도 필요 이상의 말을 상대를 위한답시고 떠벌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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