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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할까?

성폭행 당할 뻔한 친구. 남친집으로 피신시킨 이야기.

by liogaddu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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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그녀의 국적을 이삿날 알게 되다.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시절의 일이야.

원어민들과 함께 북적거리며 일하던 어느 날. 알리나라는 이름의 강사와 친하게 지내게 됐어.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며 일하기 버겁던 시간에 사교적인 그녀와의 만남은 가뭄에 단비 같은 느낌이었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던 어느 날. 무거운 표정의 그녀가 말을 시작했어. 요지는 학원에서 원어민을 고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중 살 수 있는 거주지 확보가 첫 번째인데 한국에 오기 전 소개받은 거주지와 달리 컨테이너 박스의 쪽방에서 지내고 있고, 학원장이 매일 밤에 술을 들고 찾아와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어. 학원장과 같은 한국인으로서 느낀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아.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난 그녀에게 제안해.

남자친구(현재 남편)이 사는 곳은 방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비어있다. 네가 원한다면 그 집으로 옮기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떻겠냐.

그렇게 이사가 결정되고 나와 남자친구는 알리나의 이사를 도와주게 돼.

이삿날 차 안에서 그녀는 사실 미국인이 아니라 독일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 애초에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기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학원과 학부모는 미국인을 원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고 미안해하더라고.

 

그렇게 무사히 이사를 했고

위의 그런 위험 없이 무사히 일자리를 옮기고 안전하게 한국생활을 마치고 2년 뒤 독일로 돌아가게 돼.

 

지금 생각하면 다른 여자를 남자친구 집에 같이 살도록 내가 먼저 도운 건데

남자친구에 대한 질투도 많고 독점욕도 심했던 내가 어떻게 그런 간 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신기해.

 

Chapter 2.

결혼과 동시에 독일로 가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그 당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바로 추진해.

내가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내가 받은 사랑을 더 깊이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그 당시 한 것 같아. 어릴 적 상처로 사랑과 관계에 회의적이었던 내가 결혼을 결심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야.

 

우린 결혼과 동시에 독일로 날아가.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단 열망이 둘 다 일치했거든.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의 삶이란.. 정말 녹록지 않았어. 의사소통을 영어로 한다고 해도 각종 공문서는 모두 독일어였거든.

 

그때 크게 도움을 받은 게 바로 알리나와 알리나 가족이야.

독일의 삶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소한 것 하나하나 우리를 챙겨줬어. 심지어 은행계좌를 트는 일조차 함께해 줬어.

알리나 엄마는 그녀가 사는 집 위층을 내주었어.

늘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독일의 삶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줬어. 그녀는 지금도 내 또 다른 엄마야.

 

그렇게 지내다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코로나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해.

지금도 생각하면 내가 알리나를 도운 것이 결국엔 우리의 삶에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온 것이 신기해.

 

 

Chapter 3.

내가 베푼 선의는 다시 돌아온다.

당연할까?

 

우리는 자신의 삶이 바쁘고 치여서 당장 눈앞의 이득에만 관심을 쏟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

나 역시도 그런 시간들을 많이 보냈어. 하지만 그렇게 경험한 선의의 결과로 다른 생각을 갖게 됐어.

목적을 가진 선의가 아닌 그저 내 안에 여유가 있고, 그 여유로 비롯된 선의를 누군가에게 기쁘게 베푼다면

분명 다른 형태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야.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힘은 그렇게 작동되는 걸지도 몰라.

 

중요한 건 내가 남을 위한 어떤 행동의 대가를 눈앞의 이득으로 바라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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