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다.
그는 울분에 가득 차 있다.
그의 사연은 이렇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그의 아버지는 사업이 기울었다.
실패와 울분으로 가득 찬 아버지는 그에게 말했다.
"넌 꼭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우리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
어린 그는 아버지가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점점 조여왔다.
아버지는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매일 술을 먹으며 점점 쪼그라들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을 잘 아는 그는 자신에게 최대한 돈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공부도 곧잘 했다.
수능을 봤다.
의대를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에게 말했다.
"너만은 의대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정말 실망이다.."
몇 년이 흐르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친구에게 아버지의 속마음을 전해 듣는다.
"네가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단다."
그는 꿈에서 아버지를 자주 본다.
꿈에서 아버지는 늘 화가 나있다.
'내가 의대에 가지 못해 꿈 에서까지 나를 책망하시는구나..
나는 결국 평생을 아버지의 실패작으로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나는 죽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왜 나만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인가..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인가..'
그는 서른 살이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안정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떨어질 거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강한 집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하고 불행하다.
공무원 시험만 붙으면 나는 행복해 질거라 굳게 믿는다.
<해석>
그는 높은 확률로 불행할 것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가혹했던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그만큼 사랑했기에 아버지처럼 늙어갈 확률이 높다.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자신을 바라봤던 프레임을 그대로 흡수해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본다.
아버지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분리하지 못한다.
30살 밖에 되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젊고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자신이 불안하고 불행한 요소에만 집중한다.
세상일은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절대로.
공무원 시험에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그는 그것이 강한 것처럼 착각한다.
떨어질 수도 있다. 그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떨어진다면 원인을 분석해서 다시 도전하던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될 것이다.
유연하고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를 지독하게 닮은 그는
시험에 떨어지는 것을 자신이 죽는 것과 동일시 할 것이다.
그래서 더 좌절할 것이고, 사업 실패 후 좌절한 채 죽어간 아버지처럼 될 확률이 높다.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할 정도로 코너에 몰렸을 아버지를 이해하면 어떨까?
좌절이 커서 자신의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이외엔 다른 방법을 몰랐다는 것을 이해하면 어떨까?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자신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꿈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어려운 집안 사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내 삶을 책임져왔던 나를 좀 더 자랑스러워하면 어떨까?
시험에 붙으면 행복할 거라며 행복에 조건을 걸지 말고 지금 당장 살아있음에 행복해하면 어떨까?
위의 청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계 지으며 살아간 아버지의 생각을 그대로 물려받아 그 안에서 괴로워한다.
지금 당장 우리의 생각을 점검하자.
내가 가진 생각이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로 인해 난 얼마나 내 가능성을 죽이고 있는지
내 아이들의 가능성조차 죽이고 있는지
위의 청년의 사례는 한국에서 흔하다.
그만큼 우리는 미리 한계 지어 놓고 그 안에서 버둥대다 늙어 죽게 된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우린 분명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
미리 한계 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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