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더 남편을 사랑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 처음 알고 친구로 지내다 일 년 반정도를 사귀고 헤어졌다.
그리고 9년만에 다시 만나 6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연애할 땐 그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다.
애정결핍이 심할때라 나에게 사랑을 애걸복걸하는 그를 보며
신기해하며 괴롭히며 사랑을 주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다.
지금은 난 남편이 된 그를 정말 사랑한다.
그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다.
그를 더 편하게 해주고 싶다.
그가 힘들어하면 내가 대신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가 아프면 내가 대신 아픈 게 낫다.
그냥 바라만보고 있어도 웃음이 난다.
삐져나온 콧털은 너무 귀엽고
씻지 않아도 몸에서 나는 체취가 좋아 킁킁댄다.
그러면서도 난 과연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게 가능한가?
물음표를 던진다.
아빠는 바람둥이였다.
엄마가 나를 데리고 다른 여자집을 쳐들어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엄마는 난 왜 데리고 간거지?)
그래서 나의 디폴트값은 남자는 바람을 피울 수 있다로 설정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그 사랑의 지속성에 대해선 확신하지 않았다.
확신이 없으니 무의식 저편에는 불안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일어날 수 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모든 남자가 아빠 같은 건 아니다.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면 아빠를 보고 자란 '나'일 것이다.
남편이 과연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를 염려할 것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남편을 사랑하자로
통제의 대상을 나로 한정했다.
남편이 어떻건 간에
나는 끝까지 사랑하는 걸로 가는 거다.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더 이상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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