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실히 달라졌다.
남편의 잠바사건 전과 후로 나뉜다.
남편이 출장을 다녀온 후 내 여동생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남편의 잠바를 입은 다른 여직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 사건을
잠바사건이라 칭한다.
부모의 불화 속에서 자란 나는
내가 자란 시절을 부인할 만큼,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나와 가정에 충실한 남편과 잘 살고 있다는
난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부풀어진 믿음과 자기 위안을 삼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게 된 사진 한장으로
내가 만든 거짓 세상이 무너졌다.
이 얼마나 연약한 세계인가!
처참하게 무너진 세계를
제대로 돌아보며 나는 인정했다.
남편은 내가 원하는 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채우고 싶은 욕구 또한 부질없다는 것을.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진짜 원하는 믿음과 위안은 결코 남으로 채워질 수 없다.
또 남이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줄 필요도 없다.
그것을 요구할 권리도 의무도 없다.
지난주 시어머님이 방문하셔서 함께 2박 3일을 보냈다.
편한 주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러나 힘들지도 않았다.
내가 이 정도 했으니 너도 내가 원하는 해줘라고 남편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
시어머나나 남편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주체는 나였다.
기꺼이 했다.
그러고 나니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그렇다.
나는 이제 내 욕망으로 가득 찬 가짜 세계를 기준으로 두고 행동하지 않는다.
진짜 세계를 직시하며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한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보내야 후회와 미련이 없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의 합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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