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엄마 친구는 오랜 우울증을 앓고 계신다. 약도 함께 복용 중이다.
약이 없이는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엄마와 푸념 섞인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는 말했다.
"형님. 그런 나쁜 생각은 그만해. 자꾸 안 하려고 해야지~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거야!!
돈도 여유 있고 남편도 헌신적이고 애들도 다 결혼하고 곧 있음 손자도 보고 우울할게 뭐가 있어.
복에 겨웠네 겨웠어~~ 이겨내!"
아마 엄마 친구분은 엄마를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엄마말을 끝까지 듣고 계셨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엄마는 우울증을 정신력과 의지로 극복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도 엄마는 나름대로 최선의 대답을 한 것이다.
episode 2.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은영이는 요즘 인사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인사과에 근무하는 믿고 의지했던 동료가 은영이의 발령을 도와주지 않았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뭔가를 바라고 그 동료의 마음을 들어주고 살펴주고 했던 건 아니지만
나름 쌓아온 친분으로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
그 속상한 마음을 나에게 털어놨고
나는 그 동료를 향해 신랄하게 욕을 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잘해줬냐
원래 걔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거리를 둬라
너의 판단을 너무 믿지 말고 의심해라
내 말 안 듣더니 그럴 줄 알았다 등등
듣기에 따라 비난으로 들릴 수 있는 말과 솔루션을 함께 제공했다.
바쁜 와중에 친구말을 들어주고 솔루션까지 제공한 스스로에게 뿌듯해하고 있던 찰나
친구는 말했다. 서운하다고..
혼나기만 하는 것 같아 안 그래도 복잡한 마음에 더 힘들다고..
episode 3.
친구를 향한 엄마와 내 반응의 문제는
공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 그랬구나~
그런 게 힘들었겠다~
고생이 많았네~
나 같아도 너무 힘들었을 거야~
여태껏 버틴 네가 대단해!
라는 말을 먼저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공감 능력은 있는데 표현이 서툴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하는 말들은 훈계와 나는 맞고 넌 틀렸다 식의 비난이었다.
이 사건의 잘잘못이 중요한게 아니라
친구의 마음을 먼저 알고 헤아려주는게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미안해 은영아
다음엔 제대로 공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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