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길버트는 거의 20년 동안 '미래의 나'라는 개념을 연구해 온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다. 그는 2006년에 출간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잘 상상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특히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말한다. 2014년 길버트는 "미래의 나에 대한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테드 강연을 했다.
길버트는 미래의 나아 관련해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보여주려고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그는 "10년 전을 갱각해보라. 현재 당신의 10년 전의 모습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삶이 어땠는지, 무엇에 집중했는지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는다.
관심사가 다르다.
관점, 가치관, 환경이 바뀌었다.
집중하는 일과 목표가 바뀌었다.
10년 전에는 중요했던 일이 지금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
길버트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의 차이점을 검토해보게 한 후,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지금부터 10년 후 당신은 현재의 모습과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으면서도 사람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자신이 조금만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길버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사람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자신의 성격이 얼마나 변하게 될지 과소평가한다. 가치관이나 개성이 잘 변하지 않는 것처럼 성격도 쉽게 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기본적인 선호도를 물어보라. 예를 들어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 좋아하는 휴가지, 자주 하는 취미, 즐겨 듣는 음악 등과 관련해 물어보라. 대부분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18세의 청소년이든 50세의 중년이든 사람들은 변화를 비슷하게 예상한다.
우리는 지금 자기 모습이 대부분 완성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진정한 나고, 앞으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변할지 모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내가 진짜 나라고 믿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경력의 막다른 길 환상 end-of-history illusion'이라고 말한다. 과거와는 많이 변했지만, 미래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의 내가 현재의 모습과 거의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길버트는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을 "기억은 쉽고 상상은 어렵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그는 말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는 잘 상상하지 못한다. 그리고 상상하기 어렵기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착각한다. 미안하지만 "상상이 안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력 부족만 자인하는 꼴이다. 어떤 일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미래의 내가 달라질 거라는 전망이 있으면 현재의 나를 품위 있게 만들 힘이 생긴다. 실수도 할 수 있고 답을 다 몰라도 괜찮다. 다소 체계적이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어도 괜찮다. 상황은 바뀔 것이다. 특정한 변화나 결과를 얻는 데 전념하라. 그러면 그것을 얻을 것이다.
-퓨처 셀프 중에서-
한창 재수하던 시절.
9월 모의평가 이후 절망에 빠져 학원 앞에 벤츠에 앉았다.
아 죽고싶다...
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유난히 환한 햇살에 푸른 잎사귀들이 바람에 반짝거리며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 당시에 난 이렇게 괴로운데 너희는 정말 아름답게 빛나는구나..
나도 빛나고 싶다..
그 시절엔 눈앞의 수능이 내 인생에 전부였다.
그것만 보였다.
그래서 더 두려웠고 힘들었고 강하게 열망했다.
그 이후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절 중요하던 것은 지금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
나는 변한 거다.
현재 나는 위의 관점을 나에게 대입한다.
미래의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본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른 목표와 관심사를 가진다.
미래의 내가 처한 상황은 지금과 다르다.
미래의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마저 다르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배웠고 경험했다.
미래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게 맞다. 그런 관점이 효과적으로 사는 데도 중요하다.
미래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볼 때 현재의 사고 틀에 갇혀 독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사랑하며 지금의 관점과 태도, 상황은 일시적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당신도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얼마나 설레고 자유를 주는 말인가? 미래에 당신이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안다면, 현재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럴 때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버리고 지금 당장 모든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피하자.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가치를 꼭 증명해 보일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