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우리 부부는 결혼 6주년이 된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틈을 타 은밀하게 둘만의 만찬을 즐겼다.
집 근처 '띵호'라는 허름한 중국집에서
평소에는 탕수육 '중'과 짬뽕 2개를 시켜 먹었지만
기념일을 맞아 특별히 탕수육의 사이즈를 '대'자로 키웠다.
남김없이 모두 먹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혼 6주년. 앞으로 함께 할 시간에 비하면 적게 느껴지지만
연애를 7년 했으니 10년 이상을 함께 한 것과 다름없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난 애정 결핍 증세가 심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남편을 괴롭히며 사랑을 확인했다. 집요하게.
그 시절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가끔 남편과 연애시절 얘기를 할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미안 태형아..이제 그만 잊어주면 안 되겠니?
우리에겐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 싸우고 울고 웃고
그렇게 닮아가기 시작했다.
한 남자를 깊이 사랑하고 의지하고 믿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난 늘 부정적이었다.
남녀 간의 깊은 사랑을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아빠는 늘 바람을 피웠고
결국엔 한 여자에 정착은 했으나 사랑보단 경제적 이유로...
엄마는 아빠를 좋아하긴 했으나 사랑하진 않았다며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들었다.
어느새 난 날 위한 연애만 하며 상대를 배려하지 않았다.
상대가 지쳐 떨어져 나갈 것 같으면 두려운 마음으로 먼저 이별을 말했다.
그렇게 난 두려운 마음에 벽을 꽁꽁 싸매며 쿨한 척 사랑했다.
이 벽을 부수어준 게 남편이다.
진짜 사랑하는 걸 남편을 통해 배웠고 배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사랑을 진실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한 사람만을 온전히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두려운 것도 아니고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엔 나를 더 온전히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친구들은 말한다.
결혼기념일엔 특별한 걸 받아야 한다고
그렇게 기념일에 선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길들여야 한다고
얘들아 그 말도 맞아~
그런데 난 온전히 둘이서 소소하게 밥 먹고 이야기 나누고 눈을 바라보는 그 시간들이
날 더 행복하게 해.
두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얻게 된 둘만의 점심식사.
이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으로
다시 일상에 복귀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태형아.